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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에 올란도에 갑니다.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3일 동안 운전해서 갔다가 3일 동안 운전해서 돌아오는  장거리여행입니다. 함께 살고있는 YWAM 간사인 10년 경력 마라토너 킴 가이거가 플로리다에 대회가 있다며 은근히 분위기를 띄우더니, 자기 방으로 불러서 조용히 말하네요.

-네가 가면 나도 간다.

정말 멋진 말입니다.
30시간 운전하고, 마라톤 풀코스 뛰고, 30 시간만 운전해 오면 된답니다.
솔깃했다가  주저하길 반복하는데,며칠 뒤 놀라운 제안했습니다.

-딸 한 명씩 데리고 가자.

그 자리에서 디즈니 월드 마라톤 풀코스에 등록했습니다. 디즈니 월드를 즐거워하는 딸과 딸을 생각만 해도 즐거운 아빠가 6,200Km 여행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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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0Km / 60 시간 운전...


콜로라도에 도착한 다음 날 부터 달리기 시작했는데, 13분 만에 지쳤어요. 여행 피로도 있었지만, 2,200미터의 고도를 실감했습니다. 그 다음 날은 24분, 그 다음 날은 48분, 도착 일주일 후에 65분을 달렸습니다. 3주가 된 지난 토요일에 2시간 20분을 쉬지 않고 달리고 집에 들어오는데, 쥬디 가이거가 놀라면서 말했습니다.

- I'm really impressed...
내가 좋아하는 영어 표현입니다. 이렇게 빨리 고도 적응한 것이 아주 인상적이랍니다. 지금은 일주일 평균 40Km를 달리고 있습니다. 두 달 뒤에 딸이 서 있을 풀코스 결승선을 생각하니 더 열심히 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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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월드 마라톤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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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 근력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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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동안 눈이 왔어요. 흩 날리는 눈인데도 녹지 않으니 무릎 넘게 쌓였습니다.우리 가족이 안식년을 보내는 페이톤은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차로 한 시간 걸리는 목장 지대입니다. 대부분 비포장 도로에다 언덕이 많아서, 눈이 오면 4륜 구동이 아닌 차는 다닐 엄두를 못냅니다. 밖에 나갈 일이 없으니, 집에서 이야기를 많이 하네요. 평소 궁금했던 한 가지를 아들에게 질문했어요.

-언제 아빠가 성실해 보이니?

아이들에게 성실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배우고 싶은 하나님의 성품도 정직과 성실이거든요. 알아야 더 잘할 것 같아서  막내 아들에게 물었더니, 열심히 달릴때 랍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꾸준히 달리는 아빠가 성실의 모델이라네요. 이제 눈이 와도 달려야 합니다.

영하 7도의 날씨에  방한복을 겹겹히 입고,10Km 달렸어요. 자동차 바퀴의 스노우 체인 자국 위를 달렸는데, 재미있더군요.  바람에 날리는 눈이 눈에 부딪쳐 고글을 쓰지 않으면 달릴 수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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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게 달리고 들어오는 아빠위해 카메라들고 마중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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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 언덕 달리기
  1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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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승선에서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마라톤 대회에 오고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는데, 그 심정이 이해되었다. 끝까지 달리는 남편과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은 모든 가장의 꿈이 아니겠는가..

대회 며칠 전부터 은근하게 이야기해도 아이들은 올 생각도 안했다. '아마 못 갈거다' 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 마음 속으로  '그렇구나' 했는데, 결승선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들어온 참가자는 보이지 않고, 그들이 먹은 쓰레기가 여기 저기 가득했다. 진행 요원들이 철수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어수선한 결승선...아내가 소리질렀다. 여보~~~
그래, 이런 기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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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


왜 달리는가를 정리하기는 쉽지 않지만, 달린 후의 기분은 말할 수 있다.
마라톤 풀코스는 힘들었지만, 완주 후의 느낌은 최고였다. 아~ 행복하다.


네 이웃 사랑하기를 자기 몸 같이 하라.
(마 22:39)
원수를 갚지 말며 동포를 원망하지 말며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나는 여호와 이니라.
( 레위기 19:18)

이웃 사랑하기를 실천하기 전에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성실하게 내 몸을 돌보고 건강하게 관리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 만큼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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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 5Km

11:00 PM - 예수전도단 대학사역 졸업생 모임을 마치고, 집에 오다.
11:25 PM - 가정 예배를 드리고, 고양이들과 잠시 놀다.
11:50 PM - 학의천을  5Km달리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스피드 훈련.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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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초보자에게 40Km구간은 구름 위를 달리는 것 같다. 책에서 읽을 때는 그야말로 수사적이었는데, 이제는 몸으로 느끼게 된 살아있는 문장이다. '구름 위를 달리다'

왼발의 종아리에서 시작된  통증이 무릎으로 올라 오더니 이제는 고관절까지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던 물파스도 다 떨어졌는지,급수대에 없었다. 간신히 찾아온 물파스가 말라 있었지만, 꾹꾹 눌러 바르면서 오로지 한 가지 생각에 집중했다. 끝까지 가자.

왜 달리는 걸까? 거의 5시간 동안 자문 자답한 주제라, 더 이상 생각하기 싫었다. 그냥 달렸다. 드디어 아무 생각없이 달리는 달관에 이른 것 같았다. 달리기 시작한 1년 만에 처음 참석한 마라톤 풀코스는  자신감과 자부심등 아주 많은 것을 나에게 주었지만, 아직은 풀코스용 다리(?)가 아닌 것을 절감한 대회였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2Km만 달려도  발목과 종아리가 아프고 심장이 떨렸던  1년 전에 비하면, 큰 변화인 것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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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isher,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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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좋아하는 나에게 어울리는 첫 마라톤대회


온 몸은 피곤에 절었지만, 마음이 진정되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끊임없이 맴돌았던 걱정, 완주를 포기할 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마지막 구간에서 없어졌다.이제 2~3Km 남았는데, 결코 포기할 수는 없다.
마음이 편해지자 통증도 편해졌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웠고, 내가 달려가야 할 길도 끝냈으며, 믿음도 지켰습니다.
디모데후서 4:7

한 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가자. 비록 고난과 핍박이 외부에서 오고, 내부적인 갈등이 줄어들지 않아도 시작한 일을 계속하면, 결국은 이룰 수 있다. 일을 잘하고 싶은 열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태도인 것을 40Km 구간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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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일 11Km  / 7월 22일 10Km / 7월 25일 10Km

누적거리 1,45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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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Km 구간에 들어섰다. 나는 계속 달렸고, 드디어 대회 진행요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내 존재를 알게 되었다. 심지어 앰블란스 기사와 동승한 간호사도 내 얼굴을 알아본다. 그럴수 밖에...유일하게 혼자 달리고 있으니...서로 무전으로 연락하면서 정보를 주고 받는다.

-지금 마지막 주자가 지나 갔습니다.
아~~512번입니다.

두려움과 외로움, 고독, 실망과 좌절을 극복하면서 여기까지 왔고, 드디어 35Km구간에 들어섰다. 흔히 말하는 마라톤의 벽에 들어섰다. 그동안 달리면서 최장 거리가 31Km였는데, 이제부터 무조건 개인 기록이 갱신된다. 그것 만으로도 감격이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수없이 중얼거렸다. 무조건 달리자.

앰블란스 한대가 아주 천천히 내 속도(?)에 맞춰 따라온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하고, 나도 괜히 신경쓰였는데, 뜻밖에 물 급수대에서 만난 앰블란스 기사가 격려한다.

- 정말 잘 달리고 있습니다.
- 천천히 달려서 미안합니다. 괜히 나 때문에 고생하시네요.
- 예전에 마라톤 대회에 참가 했었는데, 도저히 못하겠던데...대단합니다. 차라리  200대 맞는게 더 쉬울겁니다. 계속 달리세요...꼭 완주하세요.

지금 하는 일이 200대 매 맞는 것보다 더 힘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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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전 스트레칭!

2~3Km를 더 달렸는데, 나를 따라오던 앰블란스가 내 옆에 서더니, 사람좋게 생긴 기사가 조용히 의견을 묻는다.
- 태워 줄까요? 결승선 직전에 살짝 내려 줄께요^^

마침 앰블란스를 타고 가면 기분이 어떨까 생각중이었는데, 태워주겠다는 제안을 받다니... 내 속 마음이 엿 보인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평소보다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닙니다. 끝까지 달려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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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가 끝나니 여행이 계속되네요. 달리기는 틈틈히 계속하는데, 블로깅을 못했습니다^^
차분하게 정리된 글보다는 교정하지 않은 초고라도 그냥 올립니다. 다음 주에는 조금 여유가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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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톤을 즐기는 노인들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대회에서 직접 경험하니 정말 많은 분들이 달리고 있었습니다.  칠십세 이상인 분만 가입할 수 있는 마라톤 동호회로 칠마회가 있는데, 회원 한 분이 100번째 풀코스 완주에 도전한다고 진행 본부에서 안내 방송하더군요.

77세인 칠마회 회장님은 마라톤 풀코스를 300번 완주했답니다.  88세 되신 분도 풀코스에 참가하셨습니다. 정말 놀라운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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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마회 석병환 회장님- 풀코스완주 300회!

그 분들은 그 분들이고,  대회에 처음 참가한 나는 30Km 구간을 여전히 꼴찌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무의식(?)중에 들은 말, 어머 마라톤 대회가 아직 안 끝났나봐의 충격이 좀처럼 없어지지 않더군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옷의 중앙에 달려있는 마라톤 대회 참가자 표시만 보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보기에도 너무 커 보이고..옷을 뒤집어 입을까? 배번을 떼어 버릴까? 그러면 자원 봉사자들이 경기 참가자인 것을 모를텐데,나에게도  물을 줄까? 급수대마다 일일히 설명할까? 나도 대회 참가자인데, 글쎄, 어떤 사람이 나를 보고... 어머, 마라톤 대회가 아직 안 끝났나봐 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참가자 표시를 떼 버렸는데, 물 좀 주세요.... 별의 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그렇게 풀코스의 고비인 30Km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뜻밖에 쉽게 회복되었습니다.

아주 천천히 달리고 있는 한 사람이 보이더군요. 바다의 날 기념 런닝복을 입은 걸 보니, 대회 참가자가 분명한데, 뒤에서 보기에 조금 이상했습니다. 우선 정상 속도가 아니었습니다.지금은 내 앞에 있지만, 이렇게 계속 달리면 조만간 추월할 것 같더군요. 나보다 속도가 느린 참가자를 처음 만났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나이 많은 노인인데, 칠마회의 전문 마라토너는 아니고, 대회 3번 째 참가한 초보자였습니다. 왼쪽 다리에 심한 근육통과 함께 자꾸 쥐가 나서 아주 힘들다고 말하는데, 표정은 밝았습니다.

도저히 추월할 수 없어서 아주 천천히 5Km 정도를 함께 달리면서 인생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마라톤에 좋은 음식부터 시작해서, 마라톤 예찬론을 장시간 듣고, 나는 복음과 교회 생활을 소개하고.. 결국 그 분은 앰블란스로 회송되었고, 나는 또 다시 혼자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힘들어 하는 노인 어른을 돕기위해 함께 달렸지만, 오히려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혼자 달렸는데, 누군가 함께 한다는 그 자체가 힘이 되었고, 나중에  생각해 보니 30Km 구간을 아주 천천히 달린 것이 완주의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머,마라톤 대회가 아직 안끝났나봐 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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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8일 : 피트니스 클럽 근력 운동과 4Km 스피드 달리기
6월 20일 :  피트니스 클럽 근력 운동과 4Km 스피드 달리기
6월 21일 : 학의천 10Km를 기분 좋게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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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한마디의 힘! 일상 생활에서 말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고,  심할 경우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주지만,  강인한 정신력이 요구되는 마라톤 대회에서 말 한마디의 영향력은 꽤(?) 큽니다. 더구나 꼴찌로 뛰고 있는 주자에게는 치명적입니다^^

전체 구간을 달리면서 가장 큰 위기는 지나가는 사람의 말 한마디로 인한 좌절이었습니다. 고의로 말 한 것은 분명 아닐거고, 최선을 다해 달리는 나에게 들으라고 말한 것도 아닐겁니다.  그렇지만 내 귀에 들린 그 한 마디가 정말 나를 힘들게 했습니다.

21Km 반환점을 힘들게 돌았습니다. 기록을 측정하는 두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반갑게 맞이 하더군요. 늦게 도착한 주자로 인해 지루 했을텐데,  전혀 내색하지 않고 가볍게 웃으면서 나에게 격려를 보냈습니다.  반환점을 돌자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나 혼자 달릴 생각하니, 앞이 막막하더군요.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 돌아온 이후에 연습을 충분히 못했는데, 그 후유증이 서서히 나타나면서 평소보다 훨씬 더 힘들었고, 2Km마다 있는 거리 안내판이 점점 멀게 느껴졌습니다. 그야말로 온 힘을 다해서 25Km지점까지 왔는데....

그 때 옆을 지나던 두 사람이 내 옷에 있는 마라톤 배번을 보고 무심코 (?) 말했습니다.
- 어머, 마라톤 대회가 아직 안 끝났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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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날 기념 마라톤 대회 풀 코스 배번


최악의 말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들었던 모든 격려가 그 한마디로 늪에 빠졌습니다.
그 때 정말 포기할 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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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 : 5Km / 6월 16일:  6Km
10월의 풀 코스 완주를 위해 2주 만에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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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풀코스 42Km의 거리 만큼이나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두려움을 간신히 극복했는데 곧 바로 외로움이 찾아왔습니다. 두려우면 빨리 달리게 됩니다. 그야말로 겁나게 빨리 다닌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습니다. 천천히 달리는 평정심으로 두려움을 극복했지만, 계속해서 나 혼자 달리다 보니 깊은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두려움보다 외로움이 더 위험하더군요^^ 15Km 구간을 지나면서 내가 느낀 깊은 외로움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자기의 실력보다 빨리 달리게해서 결국 지치게 만드는 것이 두려움이라면, 외로움은 그냥 그 자리에서 주저 앉게 만듭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나? 아무도 없고, 누구도 나를 모르는 것 같은데... 왜 계속 달려야 하는가? 꼴찌로 달리는 것은 괜잖은데, 나 혼자 달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야말로 가슴속 깊이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몸은 지치지 않았는데, 마음이 힘드니까 달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외로움을 이길 힘이 점점 없어졌습니다.

왜 외로울까? 외로움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차근 차근 생각했습니다. 평소에도 혼자 달립니다. 그때는 외롭지 않았습니다. 막연히 혼자 있다는 것이 외로움의 근거가 아니고, 출발할 때는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나 혼자라는 사실이 나를 외롭게 했습니다.

간신히 버티면서 계속 달리는데, 멀리 반환점을 돌아오는 선두 주자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10Km는 나보다 앞서서 달리는 선수들이 정말 반가왔습니다. 나는 꼴찌로 달리고 저들은 선두 주자인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나와 같은 경기에 참여한 사람들이 지금 내 눈 앞에서 달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외로움을 이기게 했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외로움이 없어집니다.

10Km~15Km 구간에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마라톤 대회가 한강변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지나갔습니다. 산책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혼자 달리는 사람, 나를 그냥 지나치거나 마주치는 사람들은 많았습니다. 사람을 만나도 사람을 만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비로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그들을 보아도 외로움이 극복되지 않았는데, 나와 함께 경기에 참가한 사람을 만나는 순간, 외로움이 갑자기 없어졌습니다. 선두 주자들이 얼마나 반가운지요? 기록을 다투는 선수들이 혼신의 힘으로 달리면서 나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지만, 나 혼자 반가워 했습니다. 나 혼자 손을 흔들기도 하고, 나 혼자 웃어 주기도 하고...그들과 함께  달리고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조금 더 가니 점점 많은 주자들이 오더군요. 선두 주자와는 분위기가 달라서, 나에게 격려해주고, 나도 손을 흔들어 주고, 어느덧 외로움이 없어지고 계속 달릴만한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고 외로움이 해결되지 않더군요. 나와 같은 비전이 있거나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두려우면 속도를 늦추세요.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것이 두려움을 이길 수 있습니다.외로우면 공동체 안에 있어야 합니다. 나와 아주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근본적인 도움이 안됩니다. 비전이 같은 같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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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사람들이 없어졌습니다. 사실 당연한 일이죠.  달리는 그룹에서 풀코스 주자는 나 혼자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하프 코스를 달리고 있는데, 그들이 10.5Km 반환점을 돌아선 순간, 나 혼자 있게 된 것 입니다.

   아무도 없고, 나 혼자만 달린다... 그동안 혼자 달렸기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은 달랐습니다.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하프 주자들은 돌아갔고,
풀코스 주자들은 보이지 않고...
강물은 흐르고...

두려움의 실체를  몰랐습니다. 벌써 지칠만한 거리가 아닌데, 일단 두려워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완주하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였습니다. 함께 달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과연 내가 끝까지 달릴 수 있을까? 만약 중간에 포기한다면... 그런 나를 내 자신이 받아 들일 수 있을까? 아이들과 아내에게는 무엇이라고 말할까?

달리면 많은 생각이 떠 오릅니다. 그 날도 지난 인생이 한강변의 물안개처럼 떠올랐습니다. 요란하게 출발했는데 끝까지 하지 않은 일 , 시작하려다가 나 혼자 조용히 그만 둔 일, 계획만 세우고 시작도 못한 일...성실하지 않았던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오르면서 이번에도 중간에 그만 둘까봐 떨기 시작했습니다.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할 수 없이 내 자신에게 말을 걸었죠. 너는 할 수 있어.. 너는 잘할수 있어. 그래, 나는 잘 할 수 있어..너는 네 생각보다 더 잘 할수 있어... 빨리 달리면 안된다. 이 속도로 가자... 조금씩 두려운 마음이 떠나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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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빈의 42.195 러닝 로그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힘있게 달렸다면 아마 완주하지 못했을 겁니다. 안 보이는 사람들을  따라가기 위해 빨리 달렸다면 평소 연습한 거리에도 못가고 주저 앉았겠죠. 마라톤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오버 페이스, 즉  자기 속도보다 더 빨리 달리는 것 입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초반부에 흥분해서 오버 페이스가 일어나는데, 반드시 후반부에 그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내 경우는  중반부에 두려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오버 페이스로 달릴 뻔 했습니다. 결국은 내가 나를 이겼습니다^^

이번 마라톤 대회에서  일정한 속도로 달린 것이 가장 기뻤습니다. 출발선의 흥분된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10Km를 지날때 경험한 두려운 감정을 잘 다스리고, 끝까지 천천히 달린 평정심과 안정감이 앞으로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win the campus, win the 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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