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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참가한 풀 코스는 21Km를 달려 갔다가 다시 그 거리를 달려오는 까마득한(?) 경기지만, 하프 마라톤은 10.5Km 지점에 반환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프 마라톤을 뛰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빨리 달립니다. 많은 사람에게 추월 당하면서 8Km 지점까지 왔는데, 그 사이에 벌써 반환점을 돌아오는 하프 마라톤 주자들이 있더군요. 나보다 훨씬 뒤에 출발했는데, 나보다 5Km 이상을 더 달린걸 보니 대단한 속도였습니다. 아니면 내가 너무 느리던지...정말 바람처럼 달리더군요.

그 많던  뒷 모습이 순식간에 없어지고, 계속 얼굴들이 달려 왔습니다. 나를 보고 달려온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이 얼굴 저 얼굴 많은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얼굴 보는거야 잘 할 수 있죠...YWAM 교제 찬양의 내공을 사용하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실례가 안되는 범위에서 슬쩍 슬쩍 한 사람씩 똑바로 쳐다보며, 대단하다 잘 달린다 과연 얼굴 근육으로 달리는구나 지금 내 표정도 저럴까 여러가지  생각하며 달리는데, 계속 보고 있으니 좀 불쌍해 보이더군요^^

순위와 기록이 중요한 선두 주자들은 빠르게 달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인상만 놓고보면 행복해 보이지 않는 사람도 꽤 많았습니다. 무엇 때문에  저렇게 힘들게 달리는지? 죄가 많아 달린다는 사람이 있던데... 저 사람인가? ‘달리기는 지난 삶을 지우는 지우개’라고 말한 사람도 있던데, 지우개치고는 너무 빠른데... 저렇게 달리면 대충 지워지지 않을까? 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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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날 기념 마라톤@2008


왜 앞만 보고 달릴까?
주위를 둘러 보며 천천히 달려도 좋을텐데...

인생을 살면서 자꾸 되돌아 보면 안되겠지요.후회가 지나치면 낙심하게 되고,그러면  남은 힘까지 잃게 됩니다. 그렇다고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면  조만간 지칠 수 있습니다. 열정도 식기 마련이고...살아가는 즐거움도 누리지 못하고..

가끔은 옆에 있는 사람, 주변 경치, 되어지는 일들, 사람사는 세상을 쳐다봐야 하지 않을까요? 한 눈 팔라는 의미가 아니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느끼며 서로 격려하며 힘을 주고 받는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조용히 흐르는 한강을 묵상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물결도 쳐다보고, 낚시하는 사람도 구경하고, 낚시줄에 걸린 물고기를 불쌍히 여기고, 이런 저런 생각하며  달렸습니다.

그때까지는 좋았습니다. 첫 번째 위기인 ‘두려움’이 다가 오는 것을 예상 못하고, 하프 주자들의 얼굴 근육을 측은히 여기며,  태연히 10Km 지점까지 달렸습니다.

win the campus, win the 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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