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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사람들이 없어졌습니다. 사실 당연한 일이죠.  달리는 그룹에서 풀코스 주자는 나 혼자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하프 코스를 달리고 있는데, 그들이 10.5Km 반환점을 돌아선 순간, 나 혼자 있게 된 것 입니다.

   아무도 없고, 나 혼자만 달린다... 그동안 혼자 달렸기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은 달랐습니다.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하프 주자들은 돌아갔고,
풀코스 주자들은 보이지 않고...
강물은 흐르고...

두려움의 실체를  몰랐습니다. 벌써 지칠만한 거리가 아닌데, 일단 두려워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완주하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였습니다. 함께 달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과연 내가 끝까지 달릴 수 있을까? 만약 중간에 포기한다면... 그런 나를 내 자신이 받아 들일 수 있을까? 아이들과 아내에게는 무엇이라고 말할까?

달리면 많은 생각이 떠 오릅니다. 그 날도 지난 인생이 한강변의 물안개처럼 떠올랐습니다. 요란하게 출발했는데 끝까지 하지 않은 일 , 시작하려다가 나 혼자 조용히 그만 둔 일, 계획만 세우고 시작도 못한 일...성실하지 않았던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오르면서 이번에도 중간에 그만 둘까봐 떨기 시작했습니다.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할 수 없이 내 자신에게 말을 걸었죠. 너는 할 수 있어.. 너는 잘할수 있어. 그래, 나는 잘 할 수 있어..너는 네 생각보다 더 잘 할수 있어... 빨리 달리면 안된다. 이 속도로 가자... 조금씩 두려운 마음이 떠나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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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빈의 42.195 러닝 로그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힘있게 달렸다면 아마 완주하지 못했을 겁니다. 안 보이는 사람들을  따라가기 위해 빨리 달렸다면 평소 연습한 거리에도 못가고 주저 앉았겠죠. 마라톤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오버 페이스, 즉  자기 속도보다 더 빨리 달리는 것 입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초반부에 흥분해서 오버 페이스가 일어나는데, 반드시 후반부에 그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내 경우는  중반부에 두려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오버 페이스로 달릴 뻔 했습니다. 결국은 내가 나를 이겼습니다^^

이번 마라톤 대회에서  일정한 속도로 달린 것이 가장 기뻤습니다. 출발선의 흥분된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10Km를 지날때 경험한 두려운 감정을 잘 다스리고, 끝까지 천천히 달린 평정심과 안정감이 앞으로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win the campus, win the 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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